할머니가 “요즘 뭔가 자꾸 깜빡한다”고 하셨을 때, 저는 솔직히 그냥 나이 탓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치매안심센터에서 받은 설문지 점수가 9점이 나오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 그게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이후 2년간 가족 모두가 달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도 몸으로 배웠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바꿔놓은 것
일반적으로 치매는 “기억을 완전히 잃어야 병원에 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도인지장애(MCI)는 그보다 훨씬 앞선 단계입니다. 여기서 경도인지장애란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 사이의 중간 단계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또래보다 눈에 띄게 저하되어 있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유지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이 단계를 겪고 있다는 점이 저는 가장 무서웠습니다.
할머니가 받으신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정맥으로 방사성 추적자를 주사한 뒤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란 뇌세포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단백질 조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이전까지는 사후 뇌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했다는 걸 알고 나서 저는 오히려 지금 이 검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검사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상당히 축적된 것으로 나왔고, 담당 의사 선생님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습관이 앞으로의 경과를 결정한다”고 하셨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정상인보다 10~15배 높다는 설명도 그때 들었습니다. 단, 이 수치를 너무 단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연구들을 보면 매년 10~15% 정도가 알츠하이머로 이행하며, 유전 요인이나 혈관 위험인자 관리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치료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두카누맙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세계 최초의 FDA 승인 치료제로 화제가 되었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좀 신중하게 보았습니다. 아두카누맙이란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항체 반응으로 제거하는 생물학적 제제입니다. 문제는 연간 비용이 6천만 원에 달하고,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같은 ARIA(아밀로이드 연관 영상 이상) 부작용 위험이 존재하며, 임상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에서는 승인이 거부된 국가도 있습니다. 2026년 현재 레카네맙(레켐비)과 도나네맙(키순라)이 더 나은 진행 지연 효과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지만, 가족과 상의 끝에 지금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관리를 우선하기로 했습니다.
2년간 실제로 해본 생활습관 관리,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마인드 다이어트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습니다. 마인드 다이어트란 지중해식 식단과 DASH 다이어트를 결합한 방식으로, 하버드 의대와 러시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뇌 건강 특화 식이 요법입니다. 저희 가족이 실제로 바꾼 식단은 이렇습니다.
- 매일 현미와 보리를 혼합한 잡곡밥으로 교체
- 생선(고등어, 연어 등)을 주 2회 이상 식탁에 올리기
- 올리브유를 기본 조리유로 사용하고, 붉은 육류는 월 2회 이하로 줄이기
- 매끼 채소 샐러드와 견과류 한 줌 추가
- 콩류(두부, 청국장)를 이틀에 한 번 꼴로 섭취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일부 자료에서 포도주 하루 한 잔을 권장하는데, 저는 이 부분은 할머니께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의 잠재적 위험과 약물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선뜻 권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식단 정보를 접할 때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개인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 면에서는 뇌 가소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뇌 가소성이란 뇌가 새로운 자극에 반응해 신경세포 간 시냅스를 새롭게 형성하거나 강화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매일 아침 30분씩 할머니와 나란히 걷는데, 속도는 옆사람과 대화할 때 살짝 숨이 찰 정도로 유지했습니다. 주 3회는 스쿼트와 스트레칭을 곁들였고, 허벅지 근육량 유지가 인지 기능 보호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근력 운동을 더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두뇌 활동으로는 매일 일기 쓰기와 색칠공부 앱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 앉아서 같이 하니까 할머니도 부담 없이 꾸준히 하실 수 있었습니다. 손과 뇌를 동시에 쓰는 활동이 시냅스 형성을 자극한다는 설명이 맞는 것 같다고, 2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느끼고 있습니다. 수면 관리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밤 10시 취침, 낮잠 30분 제한을 지키게 했는데, 수면 중에 뇌척수액이 순환하면서 독성 노폐물이 제거된다는 글림프 시스템 개념을 알고 나서는 수면의 질을 훨씬 진지하게 챙기게 되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인지기능 검사 점수는 오히려 미세하게 올라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머리가 맑아진 것 같다”고 하실 때는 솔직히 뭉클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분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시작한 노력이 늦게 시작한 것보다 훨씬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저희 가족이 실감한 사실입니다.
치매는 아직 완치 방법이 없는 질환이고, 신약 개발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기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초기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부모님이나 가까운 어르신이 자꾸 깜빡하신다고 느껴진다면 서두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그냥 나이 탓이겠지”하고 넘기는 시간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0NexWugg5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