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척추질환

척추수술을 받아도 환자의 10~40%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등이 서늘했습니다. 3년째 퇴행성 척추 디스크로 고생하면서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이었거든요. 결국 비수술 치료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허리

걷기가 허리에 해롭다는 오해, 이제 버리세요

퇴행성 척추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걷다가 통증이 올라오면 괜히 디스크를 더 망가뜨리는 것 같아서 걸음을 뚝 멈추곤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퇴행성 척추질환은 추간판(椎間板), 즉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 조직이 서서히 변성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추간판이란 혈관이 없어 혈액을 통한 직접 영양 공급이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움직임을 통한 압력 변화가 있어야만 영양분이 스며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걷기가 바로 그 압력 변화를 만들어 줍니다.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은 척추 주변의 기립근(起立筋)과 복근을 함께 자극합니다. 기립근이란 척추를 양옆에서 받쳐주는 근육으로, 이 근육이 약해지면 디스크가 받는 하중이 그대로 뼈에 집중됩니다. 근육이 받쳐줄수록 디스크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처음엔 20분도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통증이 두려웠고, 걷고 나서 다음 날 더 뻐근할 때는 ‘이게 맞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늘려간 결과, 지금은 아침저녁 각 50분씩 걷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걷기 외에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영: 부력으로 척추 하중을 줄이면서 전신 근육을 쓸 수 있어 초기 통증기에 특히 적합합니다.
  • 자전거: 앉은 자세에서 하체 근육을 강화하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이 걷기보다 적습니다.
  • 복근 강화 운동: 척추 전면부를 지지하는 심부 근육을 키워 전체적인 척추 안정성을 높입니다.
  • 기립근 강화 운동: 척추 후면을 잡아주는 근육을 강화해 올바른 자세 유지를 돕습니다.

진통제와 시술, 나쁜 게 아니라 도구입니다

“진통제를 달고 살면 몸에 나쁜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약 복용이 찜찜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한 말씀이 생각을 바꿔줬습니다.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든 것은 치료입니다.”

통증이 심하면 움직이질 못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이 약해지고, 근육이 약해지면 디스크에 더 많은 하중이 걸립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주는 것이 바로 통증 조절의 역할입니다. 진통제든, 신경차단술이든,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든, 목적은 하나입니다. 환자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ESI, Epidural Steroid Injection)란 척추 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에 항염 약물을 직접 주입해 신경 압박으로 인한 통증을 빠르게 줄여주는 시술입니다. 수술이 아니라 운동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저는 통증이 심할 때 진통제 도움을 받으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운동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금은 약에 의존하는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결국 진통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통증 조절과 관련하여,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만성 척추 통증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할 경우 단독 운동 치료보다 기능 회복 속도가 유의미하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술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생각,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합니다

척추 수술을 받으면 완치된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믿음에 기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척추수술후 통증증후군(FBSS, 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FBSS란 척추 수술을 받았음에도 수술 전과 비슷하거나 새로운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수술 환자의 10~4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치를 두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실제로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아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 환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환자가 그런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를 담당하셨던 의사 선생님은 아직 미혼이라는 점을 고려해 수술을 권장하지 않으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척추 유합술(脊椎癒合術)을 받으면 인접 분절에 추가 퇴행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척추 유합술이란 두 개 이상의 척추뼈를 금속 나사 등으로 고정해 하나처럼 붙이는 수술로, 해당 구간의 움직임이 영구적으로 제한됩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비수술 치료를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척추 질환 비수술 치료 환자 비율은 전체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며, 치료 가이드라인 역시 비수술 치료를 충분히 시도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퇴행성 척추질환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에 가깝습니다. 완치보다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3년간 고생하면서 저는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도 완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걷고, 복근과 기립근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허리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비수술 치료를 충분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운동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 다음은 꾸준함이 전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척추 질환의 치료 방향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