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위험신호, 진단기준, 운동식단 정리

작년 여름, 아버지가 계단을 오르다 무릎이 후들거려 멈추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그냥 나이 드셔서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사이 두 번이나 넘어질 뻔한 일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를 보고 제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근감소증. 단순히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혈당·면역·심뇌혈관 건강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질환이었습니다.

Capture 2026 0410 134409

조용히 쌓이는 위험신호, 알아채셨나요

아버지의 종아리 둘레를 줄자로 재봤을 때 32cm가 나왔습니다. 65세 이상 남성의 근감소증 의심 기준이 34cm 이하이니 기준을 한참 밑돈 셈입니다. 악력 측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성 기준 28kg 이하면 근감소증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여기서 악력이란 단순히 손아귀 힘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팔 전체와 몸통 근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전신 근육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실제로 저도 아버지 검사 후에 악력기를 잡아봤는데, 40대 중반인 제 수치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도 많을 겁니다. 사코페니아란 그리스어로 ‘살이 빈곤하다’는 뜻에서 유래한 용어로, 단순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를 넘어 근력과 신체 수행 능력까지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이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했을 만큼, 이미 국제적으로 심각하게 다루는 질환입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무서웠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근육이 줄면 혈당 조절이 무너진다는 사실입니다. 음식으로 흡수된 당의 약 50%를 근육이 처리하는데, 근육량이 줄면 그 당이 갈 곳을 잃습니다. 당뇨 가족력이 있는 저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버지 역시 운동 전에는 혈당이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안정된 편입니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낙상 및 골절 위험 증가 (특히 척추, 고관절)
  • 혈당 조절 기능 저하로 당뇨병 악화
  • 뇌졸중 환자의 40% 이상에서 근감소증 동반, 재활 과정 지연
  • 척추 기립근 약화로 인한 구부정한 자세와 혈액순환 장애
  • 둔근(엉덩이 근육) 및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근육) 약화로 보행 불안정

진단기준, 숫자로 확인하는 내 근육 상태

아버지 검사를 따라가면서 저도 체성분 검사를 받았습니다. 체성분 검사란 전신의 지방량, 수분량, 근육량을 부위별로 측정하는 검사로, 팔과 다리의 근육 총량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ASM/height²)으로 전신 근육 상태를 평가합니다. 남성 기준 7.0 이하, 여성 기준 5.4 이하면 근감소증 확진 영역에 해당합니다. 저는 또래 평균보다 낮게 나와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근감소증 진단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의심 단계는 낙상 경험이나 보행 어려움처럼 일상에서 감지되는 신호이고, 가능 단계(전단계)는 악력이나 보행 속도 측정에서 이상이 확인되지만 근육량 자체는 아직 기준 이내인 상태입니다. 확진 단계는 근육량 감소까지 함께 확인된 경우입니다. 아버지는 가능 단계 판정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지금이 가장 중요한 기로”라고 하셨습니다. 잘 관리하면 되돌릴 수 있지만, 방치하면 확진으로 넘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근감소증과 당뇨, 심혈관 질환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건 맞지만, 근육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가 생기는 일대일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두 가지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상호작용 관계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이 점을 일부 자료에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보다 정확한 이해가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국내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약 13~17% 수준으로 추정되며, 초고령 사회 진입 이후 이 수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운동식단, 8주 직접 해보니 달라진 것들

진단을 받은 다음 날부터 아버지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처음 2주는 솔직히 티가 잘 안 납니다. 까치발 들기, 다리 옆으로 벌리기, 팔 굽히기를 각 3세트씩 매일 아침 하고, 파워킹(빠르게 걷기)으로 하루 30분 이상 걸었습니다. 파워킹이란 단순 산책이 아니라 1시간 30분에 4km를 빠르게 걷는 방식으로, 유산소 자극과 동시에 하체 근력을 함께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가 특히 신경 쓴 건 편심 수축 운동입니다. 편심 수축(Eccentric Contraction)이란 근육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저항을 받으면서 수축하는 동작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계단을 내려오거나 스쿼트에서 앉는 동작처럼, 힘을 빼는 구간에서 오히려 더 많은 근섬유를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근력 운동보다 근육 손상이 적고 근비대 효과가 높아 고령자 재활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단백질 섭취도 병행했습니다. 체중 1kg당 1.0g 기준으로 아버지는 하루 70g, 저는 75g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두부 반 모, 달걀 2개, 닭가슴살 100g, 고등어 반 마리를 하루에 나눠 먹으면 대략 맞출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이라면 고단백 식사가 오히려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단백질 섭취량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8주가 지나자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악력이 4kg 늘었고, 계단을 오를 때 더 이상 무릎이 후들거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10kg 쌀 포대가 확실히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피로가 줄었다”고 하신 게 제일 기뻤습니다. 이게 마이오카인(Myokine)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오카인이란 근력 운동 시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로, 염증 억제, 지방 분해, 인슐린 감수성 향상 등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근육이 단순히 움직임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는 걸, 아버지의 변화를 직접 보면서 실감했습니다.

근감소증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게 가장 무서운 특징입니다. 아버지처럼 계단 하나가 갑자기 힘들어지기 전까지는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아리 둘레를 한번 재보고, 악력기를 한번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내 근육 상태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매일 아침 10분, 까치발 들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8주 후의 아버지를 만든 첫 번째 선택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근감소증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yotSW07o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