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입안에 생긴 상처를 한 번도 진지하게 여긴 적이 없었습니다. 재작년, 가까운 지인이 3주 넘게 낫지 않는 입안 궤양으로 치과를 찾았다가 설암 초기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요. 그 충격이 컸는지, 지금도 입안에 뭔가 생기면 달력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2주라는 숫자가 단순한 경험칙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기준이라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구강암의 위험 신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구강암과 일반 구내염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하나입니다. 낫느냐, 안 낫느냐입니다. 스트레스나 면역력 저하로 생긴 구내염은 대개 1~2주 안에 호전되지만, 구강암은 2~3주가 지나도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피가 나거나 입안에 단단한 멍울이 만져진다면 이미 경보가 울린 상태입니다.
제 지인도 처음엔 “스트레스성이겠지”라며 편의점 구내염 약으로 버텼다고 합니다. 저도 그 얘기를 들으며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문제는 구강암의 초기 병변이 단순 궤양과 육안으로 구분이 거의 안 된다는 점입니다. 하얗거나 붉은 돌기가 돋아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놓치기 쉽습니다.
구강암이 발생하는 부위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혀, 잇몸, 입천장, 입술, 침샘, 턱뼈 등 입속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중 설암(舌癌)의 발병률이 가장 높습니다. 여기서 설암이란 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혀 측면이나 아랫면에서 주로 시작됩니다. 편평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이 구강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편평상피암이란 구강 점막의 표면을 이루는 편평상피세포에서 악성 변이가 일어난 암을 말합니다.
구강암은 전체 암 환자의 3~5%를 차지하지만 최근 발병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80%를 넘지만, 병기가 높아질수록 이 수치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같은 병인데 발견 시점 하나로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수술과 재건, 조기 발견이 얼마나 결정적인가
지인은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설암 절제 후 재건 수술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수술 얘기를 들으며 저는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혀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손목 피부를 이식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손목 피부가 혀의 점막과 조직 두께가 비슷하고 얇아서 혀 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수술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암 조직 주변으로 약 1~1.5cm의 안전 절제연(Surgical Margin)을 확보해야 합니다. 안전 절제연이란 암세포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를 포함해 여유 있게 절제하는 경계선을 말합니다. 이 여유분을 확보하지 않으면 잔여 암세포로 인한 재발 위험이 높아집니다.
암이 진행된 경우엔 경부 림프절 절제술(Neck Dissection)도 함께 시행됩니다. 경부 림프절 절제술이란 목 부위 림프절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 해당 림프절을 예방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절제 후에는 손목의 요측 전완 피판(Radial Forearm Free Flap)을 이용해 혀를 재건하고, 도플러 초음파로 이식된 혈관의 혈류를 확인합니다.
더 심각한 경우, 즉 잇몸에 발생한 암이 턱뼈까지 침범한 경우엔 3D 시뮬레이션과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턱뼈 재건이 필요합니다. 종아리뼈(비골)로 하악골을 만들어 고정하는 방식인데, 이 수술에는 수십 명의 의료진이 투입될 만큼 규모가 큽니다. 지인의 경우와 비교하면, 초기 발견이 얼마나 수술 범위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지 숫자 이상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조기 발견 시 주요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절제 범위가 작아 기능적 손실이 최소화됩니다
- 재건 수술의 복잡도가 낮아 회복 기간이 단축됩니다
-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유지됩니다
- 언어 재활, 삼킴 훈련 등 사후 재활의 부담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지인은 지금도 언어 재활 치료를 받으며 지, 치, 쌍지 같은 경구개 발음을 교정 중입니다. 혀의 일부가 손목 피부로 대체되다 보니, 혀 끝을 경구개(딱딱한 입천장)에 닿게 하는 동작이 어색하게 된 것입니다. 완쾌된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겁니다.
실전 예방,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구강암의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은 흡연과 음주입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발암 물질이 구강 점막에 직접 닿고, 알코올이 점막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며 유전자 변이를 유도합니다. 담배를 30년간 하루 한두 갑씩 피운 흡연자가 구강암 진단을 받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담배 피우시는 아버지께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술·담배만을 구강암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최근에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구강인두암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HPV란 성적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구강·인두 점막에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흡연자에서 발생하는 구강암 비율이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HPV 감염이 지목됩니다.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방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간단합니다.
- 입안에 생긴 상처가 2주 이상 낫지 않으면, 약국이 아닌 치과나 이비인후과로 가야 합니다
-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을 때 구강암 검진을 함께 요청하십시오. 국내 치과 의원만 3만 곳에 달하니 접근성 문제는 없습니다
- 흡연자와 음주자는 더 짧은 주기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HPV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미접종이라면 주치의와 상담해 보십시오
조직 검사(Biopsy)는 구강암 확진의 핵심 수단입니다. 조직 검사란 병변 부위의 일부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악성 세포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단순 구내염과 구강암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받아도 2주 이상 지속되는 병변이 있다면, 조직 검사 의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인이 치료 후 저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2주 넘으면 무조건 병원 가”였습니다. 그 한 마디가 이 글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구강암은 조기 발견 시 충분히 치료 가능한 병입니다. 달력에 날짜를 세는 것, 그게 생존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qyDT8fAqAY